육아&수다

수학을 싫어하는 아들과 영어를 어려워하는 엄마

todaypage 2024. 11. 26. 22:33

끝없이 종이에 단어를 적어가면서 외워지지 않는 단어를 외워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사실 반 강제로 외워야 했던 단어는 사실 의미 없는 단어 채우기였던 나에게는 영어보다는 정답이 하나이고, 공식만 외워서 풀어서 나오는 수학이 마음이 더 했던 기억이 있었다.

 

결국, 문과와 이과를 놓고 영어 단어 외우는 게 힘들다는 아주 단순한 이유로 이과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게 힘들다는 이유만은 아니었다는 걸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좋아했다. 

 

순차적으로 조립 순서만 읽어보면서 만들 수 있는 단순하면서도 귀찮은 아들의 로봇 조립을 아빠는 못했지만 엄마는 혼자서 결국 했다.  20페이지가 넘어가는 레고 조립 책자를 보면서 만든 아들의 첫 레고 조립도 결국은 삼촌도 하다가 포기한 걸 엄마는 그냥 앉아서 마무리해서 6살 아들에게 선물해 줬다. 

 

집으로 오는 조립식 가구도, 심지어 선풍기 날개를 분해하고 청소하고 다시 조립하는 것도 했다. 분해를 했다가 다시 조립할때 딱 맞아 들어가는 순간은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반에서 조용하게 있다가 학년을 올라는 수줍은 아이였던 엄마는 잘하는게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살아보니 순차적으로 하는 것은 마음이 편했다.  순차적으로 하기만 하면 결국 결과가 나오는 거잖아...  수학을 좋아했던 이유도 그랬나... 공식을 순서에 맞추어 잘 계산만 하면 결국 답이 나오는 거니깐... 

 

마흔을 넘는 나이가 되고서야 내가 결국 어떤 인간인지 알게 되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삶을 바랬고, 계획을 세워야 마음 편해지는 그래야 초조함이 없는 사람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낳아 10년을 넘게 키운 아들은 나와는 다른 성향을 갖은 아이였다. 수학이 더 편하지 않니? 하는 엄마의 말에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귀를 막아 버리는 아들이다. 아들은 오히려 외우는 게 편한 주의다.  계속해서 생각해야 하는 걸 아주 귀찮아하는 아들이다.

 

그런 초등학생 아들의 입에서 "수학 포기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럴까 염려하여 수학에 대한 스트레스를 주지 않으려고 선행도 하지 않고, 현행 복습만 시켰더니... "이제는 수학 때문에 걱정이다 " 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학원도 보내려 했으나, 이미 또래 친구들은 선행을 하다보니 중학교 수학을 할 테고,  현행을 한 학년 이상 어린 친구들과 하자니 선뜻 내 마음도 아이의 마음도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스마트패드로 하던 수학을 더 해보기로 했다. 

어제는 일찍 퇴근을 해보니,  풀리지 않은 도형 문제를 잔뜩 인상을 쓰면서 풀고 있었다. 

엄마가 잠깐 도와 줄까? ... (아 다행이다 그나마 내가 문제 풀이 방법을 알 수 있는 문제였다.) 눈을 위로 힐끔 하더니 자리를 내어 준다. 

 

엄마라면 이렇게 풀이 할것 같다.  반원과 원의 넓이 구해서... 어쩌고... 

아들은 엄마의 풀이 방법을 생각을 못하고 그냥 문제만 보면서 짜증을 가라 앉히고 있었던 것 같다.  엄마가 알려준 방법대로 곱하기, 나누기, 더하기를 반복하면서 문제를 풀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아들아, 엄마가 그 도형 문제 다 알려 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아들은 본인이 풀어 본다고 손으로 패드를 가리고 다음 문제를 풀어 본다.

 

배고픈 아들을 위해 반조리 식품을 데우고, 계란 후라이까지 해서 저녁 식사를 차리고 기다린다. 

아... 아들 아직도 문제 풀고 있구나... (한 문제 너무 오래 푸는 것 아니냐? ㅡㅡ) 그래 눈치 주지 말고 기다리자. 내가 가서 설명하면 안 돼... 참고 기다려야 해...

 

궁금했다 아직도 아까 그 문제 계속 풀고 있는지... 아니면, 다음 문제 풀고 있는지... 아마 패드에 나오는 문제 수 만큼 풀고 있는데 아직 안 끝나겠지... 한 20분 된 것 같은데... 

이거 학교에서 시험 보면 결국 시간이 부족해서 시험 문제 다 못 푸는 것 아닌가?... 아직 1년이나 넘게 남아 있는 중2이를 걱정하고 있다. 

 

참자. 기다려 주자. 

아들이 드디어 문제를 다 풀고 나에게 온다. 

안아 달라고 하면서 본인보다 키가 한뼘 이상 작은 엄마를 안아준다.

아들 너무 기특하다. "너무 짜증나서 안 풀려고 했는데... 그래도 다 풀었어"

 

참아 주길 잘했다.

한 문제라도 반복해서 풀어봐야 학습이 되는 것이겠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조금씩 연습하면 좋아지겠지.

 

아들아 이렇게 힘들어도, 하기 싫어도 하는 과정이 너를 성장시킨다.

 

엄마도 너를 기다려 줄게. 힘내자.